1900년대 초 국채보상운동을 전개할 당시 그 취지를 밝힌 글, 신문 기고, 편지, 영수증, 관련 공문서 등의 각종 기록물은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19세기부터 경쟁적으로 식민지를 늘려 가던 유럽 열강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부패한 지배층들을 이용했습니다. 그들을 조종해 그 나라의 정부가 엄청난 빚을 지게 만들고 이를 갚지 못하면 주권을 빼앗아 식민지로 만드는 식이었죠.
제국주의의 길로 나선 일본이 조선에 취한 전략도 이러했습니다. 이러한 제국주의의 흉계를 간파한 조선의 민중이 나랏빚을 갚겠다며 일어선 운동이 국채보상운동이었던 거죠. 이 운동은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 제국주의 열강의 경제적 침략에 시달리던 나라들이 우리의 국채보상운동에 큰 감명을 받아 비슷한 몸짓을 보여 준 겁니다. 국민들의 자발적 기부에서 시작된 평화적 구국 운동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전 인류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특징 중 하나는 신문에 실린 자료들, 여성들이 주고받은 편지가 많다는 것입니다. 국채보상운동이 거대한 운동으로 발전한 데에는 언론이 지속적인 캠페인을 하며 성금을 모금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컸습니다. 또, 많은 여성들의 편지는 그들의 주체적이고 활발한 참여상을 드러내는 자료들인데요, 대구 남일동의 부인 일곱 명이 주축이 된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의 활약이 그런 경우죠.
이처럼 언론과 여성들이 보여준 적극적인 사회 참여는 당시 선진국이라고 자부했던 나라들에서도 보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어느 나라에서도 하기 힘든 일을 실천한 증거로 인류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